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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첫사랑 찾아 길을 떠나다

‘콘트라밴드’(2012년), ‘투 건스’(2013년)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이슬란드의 발타사르 코르마퀴르 감독은 옥탄가 높은 액션물로 알려진 필름메이커이다. 그는 50년 만에 청년기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로맨틱 로드 무비 ‘터치’로 자신의 전작들로부터 180도 전환한다.     아내를 잃은 노년의 크리스토퍼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건강에 자신도 곧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할 것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그에게 죽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50년 전의 첫사랑 미코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풋풋했던 첫사랑, 그러나 이루지 못했던 그 사랑을 그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의 꿈결 같은 회상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는 50년 전의 그 여인 미코는 런던에 사는 일본계 이민자의 딸로, 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일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경제학도인 아이슬란드 유학생 크리스토퍼는 런던의 일본 음식점에 취직을 하고 그곳에서 미코를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며 순진하고 수줍은 사랑을 나눈다.       크리스토퍼는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았을까. 두 사람은 그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는 두 연인이 끝내 만나게 되리라는 걸 은근히 암시한다.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사랑이 흔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요즘의 멜로와 전혀 그 감성을 달리한다. 근래 보기 드문 감동을 전하는 아트하우스 로맨스 드라마 ‘터치’는 두 연인의 낭만적 사랑과 헤어짐의 아픔, 그리고 운명적 재회를 매우 고전적인 방법으로 그려나간다. 마치 포근한 봄날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처럼 그들의 꾸밈없는 사랑이 예쁘기만 하다.     크리스토퍼와 미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두 배우 팔미 코마르커와 고우키의 눈길을 주고받는 조용한 연기에 첫사랑의 설렘이 살아 있다. 톱스타 부모와 빼어난 미모로 ‘금수저 셀럽’이라는 평판에 갇혀 있던 고우키가 의외의 흡인력을 발산한다.     ‘터치’는 음식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해 주는 영화다. 크리스토퍼가 미코의 아버지로부터 배워 만든 일본 음식들이 두 연인의 식탁에 오르고 둘은 음식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랑을 키워간다.   영화에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없는 원폭 피해 여성들의 서글픈 사연과 세대를 잇는 일본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그로 인한 오해가 불러온 관계의 깨어짐, 그럼에도 사랑은 5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서로를 포옹하게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첫사랑 로드무비 낭만적 사랑 아이슬란드 유학생 아트하우스 로맨스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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